전북 남원시의회 5분자유발언
소태수 의원 5분자유발언
존경하는 남원시민 여러분!
한명숙 의장님과 선배·동료 의원 여러분!
양충모 시장님을 비롯한 공직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소태수 의원입니다.
오늘 저는 이 자리에 서서, 이미 철거된 구 남원역사 너머에 남겨진 더 중요한 것을 이야기하려 합니다.
이미 건물은 우리 앞에서 사라졌지만, 그 과정에서 드러난 집행부와 의회 사이의 신뢰 균열은 여전히 우리 앞에 서 있습니다.
구 남원역 철거 공사는 이제 완료되었습니다.
지난 시정질문을 통해 예산 집행의 법적 근거, 의회 심의 절차 우회, 국·도비 반납 압박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는 이미 충분히 드러났습니다.
그래서 오늘 저는 팩트의 재론보다, 그 팩트가 남긴 상처와 앞으로의 우려를 나누고자 합니다.
구 남원역은 단순한 건물이 아니었습니다.
지난 40여 년간 도심 한가운데서 시민들의 출퇴근을,
이별과 재회를, 삶의 흔적을 지켜본 공간이었습니다.
그 건물이 사라진 지금, 우리는 비로소 묻습니다.
“무엇을 위해, 왜 그렇게 급하게 철거되었는가”라고.
존경하는 시민 여러분,
집행부는 국비 38억 원, 도비 50억 원, 총 88억 원의 국·도비 반납 위기를 이유로 철거를 강행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반납은 다양한 선택지 중 하나일 뿐이었습니다.
그 선택이 의회의 심의권을 우회하는 방식으로 이어졌을 때, 우리는 무엇을 잃었습니까?
우리 남원시의회는 2024년 12월과 2025년 3월, 두 차례에 걸쳐 구 남원역 철거 관련 예산을 삭감했습니다. 이는 철거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 의견 수렴과 공감대 형성이 더 필요하다는 신중한 판단이었습니다.
그러나 집행부는 만인공원 조성사업 예산으로 승인받은 11억 4,938만 원 중 일부를 철거 공사에 강행 투입했습니다.
지방재정법 제47조와 제49조의 조문은 명확합니다.
“예산은 그 목적 외에 사용할 수 없으며, 목적 외 사용
시에는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양충모 시장님, 취임 두 달 만에 벌어진 이 일은 시장님의
시정 철학을 묻는 첫 시험대였습니다. 시장님은 지난 선거 과정에서“소통하는 시장”을 약속하셨습니다. 그러나 구 남원역 철거 과정에서 의회는 소통의 대상이 아니라, 통과해야 할 장애물로 취급받은 것은 아닙니까?
집행부는“10여 년간 공청회와 설명회를 거쳤다”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공청회 개최와 시민적 합의는 다릅니다.
특히, 의회가 예산 삭감이라는 의사 표명을 한 이후, 집행부가 문화재 시·발굴조사 예산으로 철거 계약을 체결한 것은 행정의 지혜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시민단체 시민의 숲은 최근 성명서를 통해, “구 남원역사 철거는 공휴일인 8월 15일에 강행되었다”며 강력히 비판했습니다. 성명에 따르면, 구 남원역사는 이환주 시장 당시 전문기관의 검토를 거쳐 보존 및 리모델링 방침이 확정됐으나, 민선 8기 최경식 시장 취임 이후 공론화 과정 없이 철거로 방향이 바뀌었습니다. 시민들의 의견은 엇갈렸지만, 최소한의 절차와 존중은 지켜져야 했습니다.
존경하는 동료의원 여러분, 그리고 집행부 공직자 여러분.
의회와 집행부는 남원시라는 기계의 톱니바퀴입니다.
한쪽이 빠지거나 어긋나면 기계는 작동하지 않습니다.
구 남원역 철거는 이미 끝났습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철거한 자리에 무엇을 남길 것인가”입니다.
734억 원을 투입하는 만인공원이 단순한 도심 공원에 그치지 않고, 남원의 역사와 시민들의 기억을 이어가는 공간이 되도록 의회와 집행부가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 고민은 신뢰 위에 서야 합니다.
신뢰 없는 협력은 그저 공허한 구호에 그칩니다.
양충모 시장님, 저는 오늘 시장님께 세 가지 제안을 드립니다.
첫째, 앞으로의 주요 사업 추진 시 의회와의 사전 보고 및 의견 청취의 절차를 거쳐주십시오. 예산 심의, 사업 계획, 시민 의견 수렴 등 모든 과정에서 의회를 동행자로 삼아 주십시오.
둘째, 의회의 의사 표명을 단순한“사업 지연”이 아니라“신중한 합의 형성의 시간”으로 존중해 주십시오. 의회는 집행부의 장애물이 아니라, 시민의 뜻을 모으는 협력자입니다.
셋째, 구 남원역사 철거 과정에서 훼손된 행정 신뢰를 복원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마련해 주십시오. 유감 표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신뢰는 행동으로 증명됩니다.
존경하는 시민 여러분. 의회는 지금 신중을 기하고 있습니다.
곧 다가올 제285회 정례회 행정사무감사에서 구 남원역사 철거 관련 사항을 집중적으로 조사할 계획입니다.
행정사무감사 기간동안 의회 차원에서 철저히 준비하여, 구 남원역사 철거와 관련된 위법적인 사항이 명백하게 드러날 경우, 그 즉시 행정사무조사권을 발동하고 감사원 공익감사청구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이는 의회가 감정이나 충동이 아니라, 법과 절차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입니다.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명백한 위법 사항이 확인된다면, 의회는 모든 법적·제도적 수단을 동원하여 책임을 물을 것입니다.
양충모 시장님, 그리고 집행부 공직자 여러분.
만약 집행부의 태도가 바뀌지 않는다면, 의회는 감사원 감사 청구를 포함한 모든 법적·제도적 수단을 동원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되기 전에, 시장님과 집행부가 일련의 행동에 책임을 지고 그에 해당하는 적절한 책임 행위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철거된 역사는 되돌릴 수 없지만, 남겨야 할 신뢰는 지금부터라도 복원할 수 있습니다. 의회와 집행부가 손잡고 나아갈 때, 남원시는 진정한 발전의 길을 걸을 수 있습니다.
구 남원역사가 사라진 자리에, 우리는 더 큰 것을 세워야 합니다. 그것은 건물이 아니라, 신뢰입니다.
그것은 공원이 아니라, 화합입니다.
그것은 사업이 아니라, 남원시민 모두의 마음입니다.
이상으로 5분 발언을 마치겠습니다.
경청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2026. 9. 11.
남원시의회 의원 소 태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