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남도의회 5분자유발언
황영란 의원 5분자유발언
존경하는 220만 충남도민 여러분! 김명선 의장님과 선배·동료의원 여러분! 그리고 양승조 지사님과 김지철 교육감님을 비롯한 공직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황영란 의원입니다. 저는 지난 4년 동안 제가 비례대표 의원임을 이 단상에서 강조해 왔습니다.
제가 가진 전문성으로 자기 몫을 챙기지 못하는 사람들,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대변하기 위해서 의원이 됐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오늘 제 의정활동을 마무리하는 이 시간에 어떤 이야기를 할지 고민했습니다. 저는 1987년 뜻하지 않은 사고로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이 된 후 약 10년 동안 지금과 같은 삶은 꿈도 꾸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고비 고비마다 돕는 사람들을 만났고 그분들 덕분에 당사자 전문가라는 타이틀을 걸고 사회에 나와 지금 이 자리까지 서게 되었습니다. 장애인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장애인 정책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장애자녀를 키우는 부모와도 만났고 다양한 유형의 장애당사자, 장애운동가들과 교제하며 제 나름의 장애관점과 철학, 가치를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유럽의 한 국가에서 중증장애인 한 사람의 생명연장을 위해 월 2000만 원의 예산이 지원된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일상적 복지도 아니고 일자리 정책도, 미래 투자를 위한 교육도 아닌 오롯이 한 사람의 생명유지를 위해 월 2000만 원이라는 예산이 지원된다는 것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여전히 우리나라 장애인복지 예산은 OECD 국가 최하위 수준으로 OECD 회원국 평균의 5분의 1에 불과하며 2022년 현재도 1%를 넘지 않기 때문입니다. 19세기 후반에 탄생한 우생학은 미국의 이민법과 독일 나치 정권에서 유대인 학살과 함께 장애인을 학살하는 근거가 되었습니다.
서구의 많은 국가에서 철저하게 장애인의 생식을 제한했고 우리나라에서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때로는 이렇게 이해합니다. 농경사회에서 농업에 종사할 수 없는 장애인은 잉여인간이었고 산업사회 역시 장애인은 잉여인간일 수밖에 없겠다, 생산 없이 소비만 하는 사람에게 생산자는 자신의 생산품을 어떻게 나눠줄 수 있었을까.
그래서 장애인은 자연스럽게 효율적 관리와 효율적 운영에 갇히게 되었습니다.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 장애인들은 시설로 가게 되었고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가족이 아닌 타인들과 평생을 살다가 삶을 마감하기도 했습니다. 몇 사람의 장애인을 위해서 엘리베이터 설치라는 어마어마한 예산을 편성할 수 없고 교통수단을, 편의시설을 설치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예산의 효율성이 매우 낮기 때문입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220만 충남도민 여러분 그리고 공직자 여러분! 저는 이제 인권적 예산편성이라는 다소 거북한 얘기를 하고자 합니다.
물건이 아닌 사람에 대한 예산은 지위나 신분에 상관없이, 사회적 가치와 상관없이 오로지 인간이기 때문에 누려야 할 평등과 존엄의 가치로 예산을 편성해 주길 바랍니다.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비용은 때로 비효율적이고 예산낭비처럼 보여질 수 있습니다. 경제논리, 시장논리로는 장애인복지 예산을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
누구나 평등하게 거리를 다니고, 누구나 평등하게 버스를 타고, 학교에 가고, 누구나 평등하게 일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단지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누구나 누리는 이 모든 삶의 과정에서 배제될 수 없습니다. 출근길 시위로 다수의 국민에게 불편을 주고 있는 장애계에 대한 비난과 무관심에서 한 발자국만 벗어나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면 비로소 그들의 목소리가 들릴지 모릅니다.
이들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투쟁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수년간 재정의 효율성 논리로 이들의 존엄성과 인권이 우선순위에서 배제되어 왔기 때문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이제 11대 의회가 막을 내리고 12대 의회가 시작됩니다. 도민들의 선택을 받은 12대 의원님들께 축하드리고, 11대 의회에서 함께했던 의원님들께 고마움을 전합니다.
제12대 의회에 중증장애를 가진 당사자 의원은 없지만 장애인을 비롯한 소수자 얘기가 활발하게 발언되기를 바라면서 이만 마치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