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남도의회 발언
김민수 의원 발언
존경하는 220만 도민 여러분! 반갑습니다. 조길연 의장님을 비롯한 선배·동료 의원님!
김태흠 지사님과 김지철 교육감님을 비롯한 공직자와 언론인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부여군 출신 김민수 의원입니다. (자료화면 띄움) 지난해 12월 2일 미국 뉴욕타임스에 “한국은 소멸하는가”라는 제목의 칼럼이 실렸습니다.
칼럼은 지난해 3분기 한국의 합계출산율 0.7명을 거론하면서 그 의미를 14세기 흑사병이 유럽에 몰고 온 인구 감소를 능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흑사병에 비유하는 것이 다소 극단적이고 섬뜩하기는 하나 우리의 저출산 문제가 그만큼 심각하고 여러 가지로 우려하는 점에서 뼈아프게 새겨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경고가 새삼스러운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OECD 38개국 중 꼴찌이고 세계가 놀랄 만큼 빠르게 감소하고 있습니다. 지난 2006년부터 18년 동안 정부는 저출산을 극복하기 위해 온갖 대책을 만들고 엄청난 돈을 쏟아부었습니다. 무려 380조 원입니다.
그러나 올해 합계출산율이 0.68이라는 전망이 나올 만큼 별 효과는 거두지 못했습니다. 충남도도 예외는 아닙니다. 연도별 저출산 관련 총사업비를 보면 2023년 총사업비는 1조 1786억 원으로 5년 전인 2018년보다 2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하지만 충남의 합계출산율은 반등하지 못하고 지속적으로 감소했습니다. 2023년부터 2027년까지 충남도에서 시행하는 ‘충청남도 인구정책 기본계획’을 살펴보면 5대 전략, 15개 실천 과제, 70개 세부 사업으로 구성되었고 예산은 6조 2261억 원에 달합니다. 그러나 이 중 출생·양육 관련 사업은 13개, 예산은 1639억 원입니다. 6조 2261억 원의 2.6%에 불과하여 실제 시행되고 있는 저출산 사업의 대부분이 연계되지 못하고 있어 아쉬움이 남습니다.
또 사업의 내용을 살펴보면 중앙정부를 비롯해 전국의 모든 지자체에 공통된 전형적인 저출산 대책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니 효과를 내지 못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지사께서는 중앙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저출산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니 지역 상황에 맞는 별도의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하셨습니다.
아울러 저출산대책위원회를 재정비하고, 국가가 성인이 될 때까지 책임지는 방향으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인식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이제는 개선하고 보완하는 수준이 아니라 혁명적으로 바꾸어야 합니다.
지금까지의 대책을 꼼꼼하게 따져보고 효과 없이 예산만 낭비하는 것은 과감하게 버리고 실질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사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해야 합니다. 임신 준비부터 양육 지원과 주택 마련에 이르기까지 저출산 극복을 위한 직접 지원을 확대한다고 합니다. 충남도에서도 부모가 일과 육아를 마음 놓고 병행할 수 있도록 양질의 돌봄 프로그램을 개설하고, 정부의 신생아 특례 대출과 부모 급여를 추가 지원 하는 등 보다 선제적인 정책을 추진해야 합니다.
또 청년이면 청년, 여성이면 여성, 타깃을 분명히 하고 그들에게 꼭 필요한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전남은 1만 원 주택으로 청년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충북은 출산·육아수당 1000만 원 지원,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지원 사업 소득 기준 폐지 등 파격적인 정책을 통해 전국에서 유일하게 전년 대비 출생아 수가 증가했습니다. 충남도 충남의 지역적 특성, 인구적 특성에 맞는 힘센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충남은 소멸하지 않는가?”라는 질문에 자신 있게 “아니오”라고 답할 수 있도록 일대 혁신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저출산 위기를 극복하고 누구나 살고 싶은 충남이 될 수 있도록 집행부와 교육청, 의회가 함께 협력하고 고민하여 누구나 출산의 기쁨과 기회를 갖고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도민이 체감하는 혁명적인 저출산 대책이 추진되기를 기대하면서 발언을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의석에서) 신한철 의원, 나는 듣기 좋아.
그만하시지요, 저희들끼리는. 의장님, 하여튼 고맙습니다. 부여군 출신 김민수 의원입니다. 2023년 12월 15일 자로 의결된 충청남도 학생인권 폐지조례안에 대해서 재의를 요구해 주신 김지철 교육감님께 먼저 경의를 표합니다.
김지철 교육감님께서 재의를 요구하시면서 그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의원님들과 도민들에게 진심을 다해 학생인권 조례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설득해 줄 것을 당부하겠다고 말씀하셨는데 재의 요구로부터 한 달간 교육청은 어떤 설득과 노력이 있었는지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의원님들께 제가 여쭤보니까 교육청에서 설명한 게 한 번도 없다.
더 말씀드리지 않는데 굉장히 아쉬움이 남는다 그런 질책을 드리면서 시작하겠습니다. 존경하는 윤희신 의원님 또 이지윤 의원님, 구형서 의원님, 박미옥 의원님, 오인환 의원님께서 찬반 토론을 해 주셨습니다. 지난 12월 15일 때보다 차분해진 것 같아서 좀 더 이성적으로 마지막으로 판단해 주셨으면 하는 그런 바람을 가지면서 시작하겠습니다.
가벼운 이야기로 시작을 해 보겠습니다. 영화 이야기입니다. ‘친구’라는 영화입니다.
아마 여기 계신 모든 분들께서 이 영화를 보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2001년에 상영된 이 영화는 700만이라는 엄청난 관객을 모은, 당시로서는 한국 영화 사상 최대 흥행작이었습니다.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에 열광했을까요?
공감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이야기, 내 이야기였기 때문입니다. 영화 속의 유명한 대사가 많은데 그중 하나가 “느그 아버지 뭐 하시노?”입니다.
교실에서 선생님이 학생들을 줄 세워놓고 볼을 잡아당기면서 묻습니다. “느그 아버지 뭐 하시노?” 대답하면 대답한 대로 때리고 대답 안 하면 대답 안 한다고 때립니다. 이른바 학생 지도 장면입니다.
지금은 상상도 못 하지만 체벌이 학생 지도 수단으로 당연시되었고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고 하던 때라 아무도 교사의 폭력에 저항을 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학교 풍경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물론 모든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은 아니지만 대부분 상황은 비슷했습니다.
당시 학생들의 모습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검은 교복에 짧은 머리입니다. 남학생은 스포츠머리, 여학생은 단발머리로 통했습니다. 남학생은 앞머리 5㎝ 이내, 여학생은 귀밑머리 12㎝ 이내이어야 했습니다.
등교 시간 학교 정문에서는 머리가 긴 학생들을 잡아 소위 바리깡이나 가위로 머리를 자르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머리가 듬성듬성 패인 학생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두발 단속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이 매우 컸죠.
급기야 학생들은 두발 자유화를 요구하며 집단행동에 나섰고 서명 운동을 벌이고 집회를 열었습니다. 학생들은 이렇게 주장했습니다. 두발 자유는 개인의 인권이고 두발 단속은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학생을 노예로 취급하는 것이다. 학생들의 두발 자유 집회가 전국적으로 확산되자 정부는 1982년 두발 자유화를 발표했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두발 단속이 계속됐습니다. 교육계의 두발 규제 논리는 이랬습니다.
두발을 자유화하면 무분별한 유흥업소 출입 같은 탈선이 일어날 것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처구니없는 일이죠. 만약 지금 이런 주장을 하면 정신 나간 사람 취급을 받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때는 그랬습니다. 그런 소리가 통했습니다. 까마득히 먼일처럼 느껴지지만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닙니다.
눈을 감고 기억을 되살려 보면 바로 당시의 풍경을 떠올릴 수 있을 겁니다. 저는 물론이고 여기 계신 의원님들 모두 그 당시 두발 규제의 피해자였습니다. 어쩌면 여기 계신 분들 중에도 두발 규제 철폐 서명운동이나 집회에 참석하셨던 분도 계실지 모릅니다.
그래서 우리는 쉽게 이 문제에 공감할 수 있습니다. 지금 본 의원은 30여 년 전 두발 자유화를 둘러싸고 논쟁을 벌이는 어느 고등학교 교실에 앉아 있는 느낌입니다. 논쟁의 핵심과 논리가 무게는 다르지만 같기 때문입니다.
두발 자유화, 학생인권 조례 둘 다 인권이 핵심이라는 점 그리고 탈선이 반대 논리라는 점입니다. 두발 자유화 논쟁에서는 유흥업소 출입이 탈선, 학생인권 조례에서는 동성애, 임신이라는 점이 탈선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두발 자유화로 인한 탈선의 결과를 잘 알고 있습니다.
그저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 탈선의 당사자인 저와 여러분 지금의 모습, 바로 그것이 증거입니다. 존경하는 의원님 여러분! 30여 년 전 두발 자유화를 갈망했던 우리가 지금은 학생인권 조례를 심의하고 있습니다.
넥타이에 양복이 아니라 검은 교복에 스포츠머리를 하고 이 자리에 앉아 있다면 어떤 입장이었을까요? 본 의원은 100% 확신합니다. 학생인권 조례의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을 겁니다.
학생인권 조례를 폐지해야 한다면 30년 전 두발 자유화를 우리는 거부했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학생인권 조례에 흠이 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불완전한 인간이 만든 것인데 어떻게 완벽할 수가 있겠습니까?
다만, 인권 친화적인 교육 문화가 뿌리내리고 성장하는 가운데 학생인권 조례가 폐지된다면 체벌 감소, 두발 자유화, 사생활 보호 등 우리가 애써 획득한 소중한 권리마저 퇴행할까 걱정입니다. 또한 도교육청에서 실시한 2023년 충청남도 학생인권 실태조사에 따르면 충남의 모든 초중고교 학급을 대상으로 한 조례가 학생인권 보장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질의에 교원 68.7%, 학부모 66.9%, 학생 66.3%가 긍정적으로 응답했습니다. 이렇게 긍정적인 지표를 보이고 있는 학생인권에 대해 충분한 사회적 공감 없이 부정적인 측면만을 강조하며 폐지를 결단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부족하고 미흡하고 잘못된 것은 고치고 보완하면 됩니다. 다수당의 의석을 가진 국민의힘 의원님들께서 고쳐주시면 됩니다. 바로잡아 주시면 됩니다.
우리보다 앞서 시행하고 있는 해외의 사례들을 철저히 검토하고 교사와 학부모, 학생 모두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면 됩니다. 학생의 권리만을 부각한다는 의견이 있다면 부여한 권리만큼 학생들에게도 의무와 책임을 부과하면 됩니다. 존경하는 의원님 여러분!
편협하고 어리석은 논리로 학생들을 틀에 가두어 놓으려 했던 30년 전의 그 어른이 되지 맙시다. 80년대, 90년대를 살아온 우리가 받았던 차별과 억압을 지금 학생들이 겪지 않도록 지켜주는 것이 우리가 마땅히 해야 할 소임이라는 점을 간곡히 당부드리면서 발언을 마치겠습니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